재벌X형사 2를 처음 틀었을 때 솔직히 시즌1 기억이 가물가물했습니다. 그냥 금요일 밤에 볼 게 필요했고, 예고편에서 안보현이 고급 양복 차림으로 수갑을 채우는 장면 하나에 손이 갔어요.
2화쯤 보고 나서야 이게 단순한 형사물이 아니라는 걸 다시 실감했습니다.
'돈에는 돈, 빽에는 빽' — 이 수사 철학이 전부입니다
시즌1부터 이어지는 핵심 설정은 단순합니다. 돈 있는 놈은 더 많은 돈으로 잡고, 빽 있는 놈은 더 큰 빽으로 누르며, 경찰들이 건드릴 수 없었던 놈들을 잡아들이는 재벌 3세만의 수사가 이 드라마의 전부예요.
현실 형사물이 아닙니다. 가볍고 틈이 많은 서사 전개 방식으로 다루어서 더 어울렸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드라마 스스로도 그 비현실성을 인정하고 밀어붙이는 방식입니다. 그 솔직함이 오히려 편하게 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능청스럽고 여유 만만하지만, 누구보다 날카로운 수사 본능을 지닌 베테랑. 진이수(안보현)의 캐릭터가 딱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돈 쓰는 재벌로 보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범인을 특정하는 장면에서 "아, 이 사람 진짜 형사구나"가 느껴지는 구조예요. 그 낙차가 이 캐릭터의 매력입니다.
FLEX 수사가 실제로 어떻게 보이냐면
말로만 들으면 그냥 돈 뿌리는 장면이겠거니 싶은데, 실제로는 좀 다양합니다.
1~2회 연쇄 폭탄 테러 사건, 3~4회 킬러들의 공동묘지, 5~6회 로즈버드 호텔 살인 사건, 7~8회 마술사 살인 사건으로 매 두 화마다 독립된 사건이 구성되고, 각 사건마다 재력을 쓰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폭발 사건에서는 민간이 접근할 수 없는 현장을 '그냥 들어가는' 식이고, 호텔 살인 사건에서는 5성급 호텔 내부 접근 자체를 재력으로 뚫어냅니다. 진이수(안보현)와 주혜라(정은채)가 5성급 호텔에서 발생한 호텔리어 살인사건을 조사하는 모습이 나오는 5회가 특히 이 설정을 잘 살린 회차였어요. 장소 자체가 재력 없이는 들어가기 힘든 공간이라, 수사 방식이 아주 자연스럽게 FLEX로 연결됩니다.
직접 돈을 쓰지 않아도 '이 사람이 재벌이라는 사실' 자체가 압박이 되는 장면도 있어요. 정보를 쥔 인물이 진이수 앞에서 태도가 달라지는 순간들이 꽤 많거든요. 재벌 형사 FLEX 수사 설정이 단순히 물리적인 돈 사용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생각보다 잘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시즌2에서 달라진 것 — 정은채 효과
재벌X형사 2에서 시즌1과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역시 팀장 캐릭터입니다.
시즌1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박지현 대신 이번 시즌2에는 정은채가 새로운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안보현과 호흡을 맞춥니다. 정은채가 맡은 주혜라는 진이수의 파트너가 아니라 팀장입니다. 즉, 진이수를 '부리는' 위치예요.
이게 묘하게 재미있어요. 돈과 인맥으로 뭐든 가능한 재벌 형사가, 팀장 앞에서는 눈치를 보는 장면이 반복됩니다. 정은채(주혜라)는 안보현(진이수)을 노리는 범인을 잡기 위해 냉철한 판단으로 수사에 돌입하는 인물이고, 진이수의 능청스러움과 주혜라의 냉철함이 대비되는 장면들이 드라마 특유의 호흡을 만들어냅니다.
시즌1과 시즌2의 차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건 스케일이 커졌고 두 캐릭터 간의 긴장감이 추가됐습니다. 시즌1이 재벌 형사라는 설정을 소개하는 시즌이었다면, 시즌2는 그 설정을 더 넓은 판 위에 올려놓은 느낌입니다.
유승호가 특별출연하는데, 등장하는 방식도 신경 쓴 티가 납니다. 유승호는 유성원 역으로, 조각가이자 미디어그룹 UBS의 막내 아들로 천재적인 예술가이며 기괴하고 독창적인 조각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수사를 방해하는지 돕는지가 후반부까지 불분명한 캐릭터라서, 보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SBS 사이다 유니버스 — 이 장르가 계속 나오는 이유
재벌X형사 2가 방영 중인 지금, 이미 비슷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떠오릅니다. 모범택시, 열혈사제, 지옥에서 온 판사. 재벌X형사 시즌2도 이 SBS 사이다 유니버스 계보를 이을 거란 얘기가 많습니다.
이 드라마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건 '법과 제도가 처벌하지 못하는 악인을 다른 방식으로 처단한다'는 구조입니다. 재벌X형사는 거기서 처단의 도구를 '재력과 인맥'으로 바꾼 버전이에요.
직장 다니면서 이런 장르가 왜 이렇게 잘 들어오는지는 설명하기 좀 민망한데, 그냥 현실에서 안 되는 것들이 화면 안에서 시원하게 되는 걸 보는 겁니다. 진이수가 돈으로 판을 뒤집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 제가 어떤 판을 뒤집고 싶어서겠죠.
지금 보기 좋은 이유
재벌X형사 2는 2026년 8월 7일부터 방송 중인 SBS 금토 드라마입니다. 금, 토 밤 9시 50분에 방영 중이고, SBS 2026년 하반기 드라마 중 디즈니+에서 OTT 스트리밍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방영 2주 차에 시청률이 하락했다가 3주 차에 반등하면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6회에서 전국 가구 기준 7.5%를 기록했습니다. 상승세가 붙은 타이밍이라 지금 올라타기 좋은 시점이에요.
시즌1과 시즌2 차이를 굳이 따지자면, 시즌1을 안 봤어도 시즌2부터 시작해도 무리 없습니다. 진이수가 어떤 사람인지 초반 두 화에서 다 설명해주거든요. 재벌X형사 2 디즈니플러스에서 보거나 SBS 본방으로 보거나, 어느 쪽이든 1화부터 이미 진이수 특유의 여유 만만한 수사가 시작됩니다.
이 드라마가 재밌는 이유는 결국 하나입니다. 막히면 돈을 쓰면 됩니다. 그 단순함이 생각보다 오래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