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정거장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던 사람이 왜 굳이 기구에 매달려 낑낑댈까요. 누리뉘리 채널의 우주비행사가 매달 이 기구에서 튀는 이유라는 영상에서 소개한 장면을 보고 궁금해져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 운동을 거르면 근육과 뼈가 녹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릅니다. 단순히 체력 관리 차원이 아니라 임무 수행 자체가 걸린 문제라는 걸 알고 나니 왜 스쿼트와 데드리프트가 우주비행사 운동 이유의 핵심으로 꼽히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무중력에서 근육과 뼈가 사라지는 속도
찾아보니 수치가 꽤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나폴리 페데리코 2세 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무중력 환경에 2주만 노출돼도 근육량이 최대 20퍼센트까지 줄어든다고 합니다. 3개월에서 6개월짜리 장기 임무로 가면 최대 30퍼센트까지 빠진다고 하니 짧은 기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뼈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골밀도가 월평균 1에서 1.5퍼센트씩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 매체에서는 이 속도를 지상에서 폐경 후 여성이 1년 동안 겪는 골밀도 감소 폭에 맞먹는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한 달 만에 그 정도라니 처음 봤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무중력 근손실 골밀도 감소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숫자로 보고 나서야 체감이 됐습니다.
왜 하필 하체와 척추 기립근부터 무너질까
여기서 헷갈렸던 부분이 있습니다. 왜 팔이나 어깨가 아니라 하체와 허리 쪽 근육이 먼저 약해지는가 하는 점입니다. 자료를 보니 답은 간단했습니다. 지구에서는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중력에 저항해 자세를 버티는 근육이 계속 일을 합니다. 허리, 목, 종아리, 허벅지 앞쪽처럼 평소 자세를 잡는 데 쓰이는 근육들이 그 역할을 맡는데, 무중력에서는 버틸 대상 자체가 사라지니 이 근육들부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입니다. 뼈 역시 체중이 실리지 않으면 강도를 유지할 이유가 없어져서 같은 흐름으로 약해집니다.
ISS의 ARED, 스쿼트를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까
국제우주정거장에는 ARED라는 저항 운동 기구가 있습니다. ISS 우주정거장 운동 기구 ARED는 진공 튜브와 플라이휠 케이블 구조를 이용해 지구에서의 자유중량 운동, 그러니까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카프레이즈 같은 동작을 무중력에서도 비슷하게 재현하는 방식입니다. 위키백과 설명을 보면 바 운동 기준으로 최대 600파운드힘, 약 2700뉴턴까지 저항력을 낼 수 있다고 하니 체육관 바벨 못지않은 수준입니다. 2009년 이전에 쓰이던 기구보다 두 배 가까운 하중을 걸 수 있게 되면서 하체 운동의 강도가 크게 올라갔다고 하는데, 이 대목에서 우주비행사 하체 운동 필수 이유가 단순한 권고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ISS 우주비행사들은 이 기구와 러닝머신, 실내 자전거를 포함해 하루 두 시간 이상 운동을 의무적으로 소화하고 있습니다.
매일 두 시간을 투자해도 다 막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한다는 게 더 흥미로웠습니다. 캐나다 맥길대학교 연구팀이 우주비행을 경험한 148명의 골밀도를 분석한 결과, 상체와 골반, 하체 골격에서 각각 1.4퍼센트, 6.2퍼센트, 4.9퍼센트의 감소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NASA 쪽 설명으로는 꾸준한 근력 운동이 미세중력으로 인한 근육과 골밀도 감소를 30에서 40퍼센트 정도 완화해 주는 수준이라고 하니, 절반도 못 막는 셈입니다. 우주 체류 근육량 감소 퍼센트를 기준으로 보면 운동을 열심히 해도 손실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지는 못하고, 속도만 늦추는 정도라고 이해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귀환 후에도 회복까지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넘게 걸리고, 일부는 임무 전 수준을 끝내 되찾지 못하기도 한다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지구의 골다공증 연구와 맞닿는 지점
이 데이터가 단순히 우주비행사 건강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무중력에서 뼈가 약해지는 속도와 회복 양상이 지상 골다공증의 발생과 치료 기전을 이해하는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가만히 누워 지내는 환자나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든 고령층에게 벌어지는 근손실, 흔히 말하는 근감소증과도 비슷한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어서, 미세중력 골다공증 연구가 지구의 노화 연구에도 단서를 주는 셈입니다. 짧은 기간 안에 극단적인 결과를 보여 주는 우주 환경이 오히려 지상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 주는 실험실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생각하니 왜 여러 나라 연구기관이 이 데이터를 들여다보는지 조금 이해가 됐습니다.
결국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는 보여주기식 운동이 아니라 중력이 사라진 공간에서 몸을 지구 기준으로 묶어두는 최소한의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ISS 말고 화성 임무에서는 운동 기구를 어떻게 바꾸려 하는지도 한번 찾아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