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에서 지방간 소견이라는 글자를 보고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술도 거의 안 마시는데 간에 지방이 꼈다는 게 이해가 안 됐거든요. 의사 선생님은 체중 좀 줄이고 술 줄이라는 말씀만 짧게 하셨고, 나머지는 알아서 찾아봐야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 가까이 식단과 생활 습관을 바꿔가며 지내봤는데, 그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술을 거의 안 마시는데 왜 지방간이 생겼을까
예전에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불렸는데, 최근에는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름이 바뀐 이유가 중요한데요, 과도한 음주를 하지 않아도 비만이나 당뇨, 고지혈증 같은 대사 이상이 있으면 지방간으로 진단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남자는 하루 30그램, 여자는 20그램 이하로 술을 마셔도 대사 이상이 동반되면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술이 아니라 평소 먹는 것과 움직이는 양이 더 큰 원인이었던 셈입니다. 저도 회식은 적은 편인데 야식과 탄산음료, 앉아있는 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실제로 줄인 음식, 늘린 음식
처음엔 무턱대고 다 끊으려다 사흘 만에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하나씩 바꾸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 탄산음료와 과일주스를 물이나 무가당 차로 바꿨습니다
- 흰쌀밥은 현미나 잡곡밥으로, 식빵은 통밀빵으로 바꿨습니다
- 튀김류와 햄, 소시지 같은 가공육을 줄이고 생선구이와 두부 반찬을 늘렸습니다
- 채소 반찬 가짓수를 의식적으로 늘렸습니다
가장 효과 체감이 컸던 건 의외로 액상과당이었습니다. 당 섭취를 줄인 것만으로 공복감이 줄었고, 두 달쯤 지나니 저녁에 뭔가 자꾸 집어먹는 습관도 줄었습니다.
8킬로 급하게 뺐다가 오히려 불안했던 이유
처음엔 의욕이 앞서서 단백질쉐이크로 식사를 대체하며 3주 만에 체중을 꽤 많이 줄였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니 체중 감량 속도가 너무 빠르면 오히려 간 염증이나 섬유화가 악화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일주일에 1킬로그램 이하로 천천히 빼는 게 권장되고, 일주일에 1.6킬로그램 이상 급격히 빠지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가이드라인도 있었습니다. 체중을 5퍼센트만 줄여도 간 지방이 줄고, 7에서 10퍼센트 정도 줄이면 염증과 섬유화까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속도보다 꾸준함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한 달에 2킬로그램 안팎을 목표로 잡고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 직접 해봤는데
16대8 방식으로 두 주 정도 해봤습니다. 결과를 찾아보니 연구마다 결론이 갈리더라고요. 일주일 중 이틀만 칼로리를 많이 줄이는 방식이 일반 저칼로리 식단보다 간 지방 감소 효과가 더 컸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시간을 제한해서 먹는 방식 자체만으로는 칼로리를 그냥 줄이는 것 대비 추가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제 경우엔 공복 시간이 길어지니 저녁에 과식하는 부작용이 더 컸습니다. 결국 몇 시에 먹느냐보다 하루 전체 칼로리를 줄이는 게 핵심이었다는 걸 몸으로 느꼈습니다.
운동은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식단만으로는 간수치가 생각만큼 안 움직였습니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같이 해야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면서 간 지방도 같이 줄어든다고 해서, 주 3회 빠르게 걷기 30분에 주 2회 가벼운 근력운동을 추가했습니다. 헬스장까지 안 가도 집에서 스쿼트와 밴드 운동 정도로도 충분했습니다. 걷기만 했을 때보다 체중은 비슷해도 몸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먼저 왔습니다.
수면과 당뇨, 고지혈증까지 같이 봐야 하는 이유
지방간이 있으면 2형 당뇨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두 배 이상, 심혈관질환 위험도 상당히 높아진다는 내용을 보고 나서는 간수치만 보던 시야를 넓히게 됐습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더 나빠진다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고요. 그래서 요즘은 혈당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도 같이 체크하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두 달 해보니 간수치는 아직 완전히 정상은 아니지만 조금씩 내려가고 있습니다. 결국 한 가지를 극적으로 바꾸는 것보다 식단, 운동, 수면을 다 같이 조금씩 바꾸는 쪽이 더 오래갔습니다. 다음 검진 결과 나오면 그때 또 업데이트해보려고 합니다.